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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유기화학실험시간에 조교 루카스가 나더러

넌 왜 맨날 그렇게 실험이 잘 안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니.
실험이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우린 실험을 통해 뭔가 배울 수 있으면 되는거야.

라고 했다. 100%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서도.

루카스에게 내가 평소에 물어보는 것들은 주로

나 이거 맞게 장치한거니?
IR 상으로 이상한 피크가 보이는데 이거 뭐니?
이거 잘 되고 있는 거 같지 않은데 어떡할까?

뭐 이런거다.

화학과 박사과정 듬직하게 잘생긴 스위스산 루카스가 볼 때
잘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인 고만고만한 실험을 즐기지 못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거같다.



요새 자주 붙어다니는 스위스인 신랑을 둔 짱깨 아줌마는 나더러

넌 어쩜 그리 똑똑하니.
넌 통계학도 잘 하고 물리도 잘 하니 걱정할 게 없을텐데 뭘 그러니.
보고서를 화학식까지 몽땅 컴퓨터로 썼다고? 참 대단하구나.


내 바로 뒷자리에서 실험하는 생물과 금발에 파란 눈에 어울리지 않게 참한 성격의 스테피는 나더러

넌 루카스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도 혼자 실험 잘 하더라.



뭐 그리하여 오늘은 컨디션이 즈질인 핑계로 실험을 빼먹었다.
그리고 집에와서 보고서 하나 썼더니 이시간-_- 쳇

다들 나보고 걱정말고 편하게 하라지만.
난 아직 편안할 수 없단다.
니들이 걱정 말라고 하는 말을 반 밖에 못알아듣는단 말이다.

by 메롱 | 2009/10/28 02:42 | -일기 | 트랙백 | 덧글(8)

이제 더이상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이미 체력은 즈질이 된 지 오래고
방학 끝날 무렵 충천했던 의욕도 이제 슬슬 바닥을 치는 한편
엄청난 수업 로드로 인하야 이젠 좀 적응했잖아 싶어 시나브로 생길라카던 여유마저 싸그리 사라졌다.

매주 과제문제를 풀어서 제출해야하는 과목이 세 갠데
열역학 숙제 평균 다섯 시간 물리 숙제 평균 세 시간 통계학 숙제 평균 두 시간
숙제하는데만 일주일에 열 시간을 꼬박 쏟아야된다.
근데 인제 이번주부터는 빼도박도 못하고 일주일에 하나씩 유기화학실험보고서까지 써서 내야한다.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실험보고서라는 것을 함 써볼라고 컴퓨터 앞에 앉아
겨우 다섯 페이지짜리 허접하기 짝이 없는 보고서를 쓰느라 장장 다섯시간 동안 멍청한 짓거리들을 하면서
십 년 전 원두커피를 리터단위로 마시고 뻥튀기를 씹으며 밤을 새워 쓰레기같은 생물실험보고서를 쓰던 그 때의 묘한 기시감과 함께
아..십 년 동안 발전한 게 하나도 없는가 싶어 정말 기분이 우울해졌다.


요새 나의 생활은 그야말로 수업+숙제+공부+최소한의 살림+최소한의 테레비시청 으로 이루어진다.
정말 하루종일 공부만 하는 기분이다!
십 년 전에 이렇게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근데 사실 지난 여름에 시험봤던 내용 벌써 다 까먹은 걸 보면 그래봤자 인 것도 같고.
근데 요새 같이 수업 듣는 애들 표정이나 태도로 보아 다른 애들도 완전 썩어가는 모양이다.
쉬는 시간에도 까르르-보다는 뭐랄까 약간 심각해진 느낌이랄까.


벌써 지난주부터 몇 번이나 이번 학기가 얼마나 남았나 세어보았다.
근데 아직 반도 안지났다 -_-
적어도 아직 일곱개의 열역학 숙제와 일곱개의 물리 숙제와 일곱개의 통계학 숙제와 일곱개의 실험보고서가 남아있다는 얘기.
아..고구마튀김 천 원 어치를 버무린 떡볶이 이천 원 어치가 먹고싶다.

by 메롱 | 2009/10/26 11:22 | -불평 | 트랙백 | 덧글(10)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벌써 개강한 지 삼 주째가 되었고 어느새 추석도 훌렁 지나가 버렸네.

추석이라고 정말이지 야심차게 송편을 해보았다.
한국마트에서 자세히 계산해보고싶지 않은 가격대의 콩, 깨 등을 사다가 소를 준비하고
방앗간이 없는 관계로 이참에 무려 초호화 블렌더까지 하나 장만하여 불린 쌀을 갈고 -_-
양푼이 없는 관계로 샐러드볼에서 반죽을 하고
쑥이 없는 관계로 시금치를 데쳐 갈아넣어 색을 내고
찜솥이 없는 관계로 냄비/팬에 찜기를 깔고 찌고..

그러나.
믹서에 불린 쌀을 갈아보기는 처음인지라 왠지 소심한 마음에 물을 좀 넣었더니
익반죽을 하기도 전에 이미 묽은 반죽처럼 되어버린거라 -_-
최후의 수단으로 밀가루를 좀 넣었더니 간신히 떡을 빚을 수 있는 점도가 되었는데
역시나 밀가루가 좀 들어간 관계로 떡 맛이 영 싸구려가 되었다. 어흑


이번 겨울에 볼 시험도 정해졌다.
분석화학, 세포생물학, 통계학 세 개다.
이번엔 쫄지말고 한국에서 오래오래 놀다가 시험 전전날쯤 돌아오는 걸로 할꺼다. 으핫핫핫

옥매트가 온 후로 수면의 질이 급 향상되었는데
역시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옥매트가 온 후로 찜질방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것이다 -_-
요즘처럼 어마어마한 일교차에 감기님이 올똥말똥하고 삭신이 쑤실 땐 그저 찜질방에서 냉녹차나 홀짝이며 수다떠는게 최고인데 어흑

아 이제 또 한주의 수업을 시작하러 가야겠구나

by 메롱 | 2009/10/05 16:22 | -일기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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