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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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09/10/28 02:42 by 메롱

어제 유기화학실험시간에 조교 루카스가 나더러

넌 왜 맨날 그렇게 실험이 잘 안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니.
실험이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우린 실험을 통해 뭔가 배울 수 있으면 되는거야.

라고 했다. 100%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서도.

루카스에게 내가 평소에 물어보는 것들은 주로

나 이거 맞게 장치한거니?
IR 상으로 이상한 피크가 보이는데 이거 뭐니?
이거 잘 되고 있는 거 같지 않은데 어떡할까?

뭐 이런거다.

화학과 박사과정 듬직하게 잘생긴 스위스산 루카스가 볼 때
잘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인 고만고만한 실험을 즐기지 못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거같다.



요새 자주 붙어다니는 스위스인 신랑을 둔 짱깨 아줌마는 나더러

넌 어쩜 그리 똑똑하니.
넌 통계학도 잘 하고 물리도 잘 하니 걱정할 게 없을텐데 뭘 그러니.
보고서를 화학식까지 몽땅 컴퓨터로 썼다고? 참 대단하구나.


내 바로 뒷자리에서 실험하는 생물과 금발에 파란 눈에 어울리지 않게 참한 성격의 스테피는 나더러

넌 루카스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도 혼자 실험 잘 하더라.



뭐 그리하여 오늘은 컨디션이 즈질인 핑계로 실험을 빼먹었다.
그리고 집에와서 보고서 하나 썼더니 이시간-_- 쳇

다들 나보고 걱정말고 편하게 하라지만.
난 아직 편안할 수 없단다.
니들이 걱정 말라고 하는 말을 반 밖에 못알아듣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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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슈크림 2009/10/28 08:33 # 삭제 답글

    악 그 마음 막 이해되니 이를 어쩌오 *-_-*
  • 메롱 2009/10/29 03:38 # 삭제

    그랴 자네는 이해할 줄 알았어 ㅎㅎ
  • 눌눌 2009/10/28 11:24 # 답글

    아오 마지막 한마디가 가슴을 후비네
  • 메롱 2009/10/29 03:39 # 삭제

    이 답답한 속사정을 아무도 모른다네 어흑
  • 백군 2009/10/30 19:47 # 답글

    반 밖에 모르는거냐.. 반이나 알아듣는거냐.. 물잔이 물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_-;
  • 메롱 2009/11/03 04:24 # 답글

    오늘 실험 때, 반응 중 온도가 50도를 넘으면 안된댔는데 63도까지 올라가버린 바람에 루카스한테 어쩔까, 얼음으로 식힐까? 하고 물었더니 그냥 처음부터 다시하라며 온도가 올라가면 안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케톤을 환원시켜서 알콜을 만드는 건데 온도가 너무 높으면 알콜이 아니라 알켄이 생성되기 때문이라는 거다.
    난 일련의 화학적 설명을 다 알아들었으나 맨 앞에 '첨부터 다시 하라'는 말을 못알아들어서 루카스가 설명을 끝내자 당당히 '오케이' 를 외치고 하던 실험을 계속해서 루카스를 당황시켰다 -_-
    아아 슬프다
  • 소영 2009/11/03 15:29 # 삭제

    유학갔던 선생님들 얘기 들은 거 생각난다
    학업에 필요한 말 중심으로 공부했더니
    프리젠테이션을 엄청 유창하게 해서
    현지인들로부터 "너는 어려운 말을 잘도 아는구나 왤케 똑똑하니" 류의 칭찬을 듣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그걸 못 알아들었대 -_-

    엉냄 화이팅
  • 메롱 2009/11/04 01:55 # 삭제

    내가 딱 그짝이라네 ㅎㅎ
    물리나 수학같은 건 독어로 다른 애들한테 막 설명도 잘 해주고 그러는데 흠
  • 슈크림 2009/11/09 22:14 # 삭제 답글

    초딩영어가 더 어려워효. '돼지가 꿀꿀거리다 이런 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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